“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 30년 전에도 어학성적은 ‘필수’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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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후해이 작성일20-10-29 03:19 조회5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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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
1990년대 상고 출신 여성 사원들의 분투기를 다룬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삼토반)>의 명대사죠. 영화 속 여성 사원들은 입사 8년차에도 여전히 ‘말단 신세’입니다. 누구보다 유능하지만 정작 하는 일은 커피 타기나 영수증 정리 같은 잡일들 뿐.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졸이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던 그들은 ‘3개월 안에 토익 600점 취득 시 대리 승진’는 공고를 보고 토익 공부에 뛰어듭니다.
한국에서 어학 성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신분 상승’을 노린다면 더더욱 말이죠. 국제화 시대가 붙인 불일까요?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커리어우먼을 꿈꾸던 <삼토반> 속 여성 사원들처럼, 30년 전 고졸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어학 성적은 중요했습니다.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실용 외국어 검정제도, ‘고졸 취업준비생’에 큰 인기>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990년 10월29일 경향신문
기사가 소개하는 시험은 실용영어급수시험, 오늘날 ‘토펠(TOPEL)’의 전신입니다. 한국사무능력개발원이 노동부의 허가를 받아 1990년 7월8일 첫 시험을 쳤습니다. 이 시험은 작문·말하기 등 그야말로 ‘실용적인 영어’ 능력을 1~6급으로 나눠 측정했습니다. 중학 수준인 5~6급은 필기만 치르지만, 대학 재학수준인 2급과 대졸 수준인 1급은 필기와 스피치시험까지 봤다네요. 응시자들이 본인의 수준에 맞게 응시할 수 있었답니다.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제1회 시험은 500여명만 응시했지만, 그해 11월로 예정된 제2회 시험에는 기사가 나간 날(10월29일) 기준으로 이미 9000여명이 응시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기사는 “응시자도 대학생, 중·고생, 경찰관, 주부 등으로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 숫자도 2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경찰 300여명이 응시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네요.
1995년 서울 종로2가 시사영어사에 응시생들이 토익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특히 고졸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고급인력의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입사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고, “언어능력 전반을 철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제도적 강점으로 공신력 있는 인사참고자료가 되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고 합니다. 고입·대입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도 ‘학습의욕을 부추겨 준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시험 응시를 접수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회사원 이정석씨는 “외국 바이어와 자주 접촉을 하는데, 영어가 달려 시험에 응시했어요. 이 제도가 일본처럼 정착돼 급수 자격이 취직이나 승진에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응시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영어 능력을 쌓기 위해 시험에 도전한 것 같습니다.
2015년 서울 종로구 종로2가의 한 영어학원.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취업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어학 성적도 ‘인플레이션’입니다. 지난 7월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평균 토익 점수는 758점. 600점으로 대리 승진이 가능했던 <삼토반> 시절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높은 점수를 따려다가 허리가 휘기도 합니다. 지난해 1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해 보니 취준생들은 1년 동안 평균 342만7000원을 취업 사교육에 지출했다고 합니다.
바늘구멍보다 작은 취업문을 통과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인사담당자의 눈에 들기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나를 위한’ 공부. 우린 언제쯤 마음 놓고 그런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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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
1990년대 상고 출신 여성 사원들의 분투기를 다룬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삼토반)>의 명대사죠. 영화 속 여성 사원들은 입사 8년차에도 여전히 ‘말단 신세’입니다. 누구보다 유능하지만 정작 하는 일은 커피 타기나 영수증 정리 같은 잡일들 뿐.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졸이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던 그들은 ‘3개월 안에 토익 600점 취득 시 대리 승진’는 공고를 보고 토익 공부에 뛰어듭니다.
한국에서 어학 성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신분 상승’을 노린다면 더더욱 말이죠. 국제화 시대가 붙인 불일까요?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커리어우먼을 꿈꾸던 <삼토반> 속 여성 사원들처럼, 30년 전 고졸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어학 성적은 중요했습니다.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실용 외국어 검정제도, ‘고졸 취업준비생’에 큰 인기>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990년 10월29일 경향신문
기사가 소개하는 시험은 실용영어급수시험, 오늘날 ‘토펠(TOPEL)’의 전신입니다. 한국사무능력개발원이 노동부의 허가를 받아 1990년 7월8일 첫 시험을 쳤습니다. 이 시험은 작문·말하기 등 그야말로 ‘실용적인 영어’ 능력을 1~6급으로 나눠 측정했습니다. 중학 수준인 5~6급은 필기만 치르지만, 대학 재학수준인 2급과 대졸 수준인 1급은 필기와 스피치시험까지 봤다네요. 응시자들이 본인의 수준에 맞게 응시할 수 있었답니다.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제1회 시험은 500여명만 응시했지만, 그해 11월로 예정된 제2회 시험에는 기사가 나간 날(10월29일) 기준으로 이미 9000여명이 응시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기사는 “응시자도 대학생, 중·고생, 경찰관, 주부 등으로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 숫자도 2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경찰 300여명이 응시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네요.
1995년 서울 종로2가 시사영어사에 응시생들이 토익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특히 고졸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고급인력의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입사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고, “언어능력 전반을 철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제도적 강점으로 공신력 있는 인사참고자료가 되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고 합니다. 고입·대입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도 ‘학습의욕을 부추겨 준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시험 응시를 접수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회사원 이정석씨는 “외국 바이어와 자주 접촉을 하는데, 영어가 달려 시험에 응시했어요. 이 제도가 일본처럼 정착돼 급수 자격이 취직이나 승진에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응시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영어 능력을 쌓기 위해 시험에 도전한 것 같습니다.
2015년 서울 종로구 종로2가의 한 영어학원.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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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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