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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In BooK] 빌 게이츠의 컴퓨팅 vs 스티브 잡스의 컴퓨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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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망절빈준 작성일20-03-17 12:18 조회1,4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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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최근 44년동안 맡아온 이사회 멤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자신이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식적인 관계를 정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이사회 회장, 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등을 역임한 빌 게이츠는 2000년 설립한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한 교육, 의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쏟을 계획이다.

빌 게이츠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독점 기업가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200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법 소송에 휩싸이고, 둘로 쪼개질뻔 하다 기사회생한 후부터는 자선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가차 없는 독점 자본가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신경을 쓰는 성공한 자본가의 바람직한 롤모델로 변신했다.

빌 게이츠는 동시대를 살았던 풍운아 스티브 잡스와도 많이 비교됐다. 두 사람 모두 거대한 기업을 일궜고 PC 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통하지만 컴퓨팅을 바라보는 철학에선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비커밍 스티브잡스>의 저자 브렌드 슐렌트에 따르면 컴퓨팅에 대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가진 관점의 차이는 'B2B vs B2C'로 요약되는 것 같다. 잡스는 일반 소비자를, 게이츠는 기업 환경에 과거에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

1991년 포춘에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간 역사적인 대담 기사가 실렸다. 당시 컴퓨팅 시장은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체 컴퓨팅 산업의 방향을 지시하던 시절이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뒤 넥스트를 창업했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빌 게이츠에 한참 못미쳤다. 많은 이들이 잡스를 한물간 스타로 내려다 봤다. 그런데도 빌 게이츠는 대담에, 그것도 스티브 잡스의 집에서 진행된 대담에 응했다. 브렌트 슐렌트는 당시 포춘에서 대담을 기획하고 진행한 당사자였다.  그는 책에서 대담 분위기를 비교적 자세하게 전하면서 컴퓨팅을 바라보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인간 두뇌의 확장이었으며, 잡스의 표현처럼 정신을 위한 자전거였다. 이것이 모든 지면에 넘쳐나던 컴퓨팅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누구도 잡스만큼 잘 풀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컴퓨팅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판타지가 넘쳐나던 시절이었고, 잡스의 관심도 여기에 쏠렸다. 반면 빌 게이츠는 다른 곳을 주목했다. 빌 게이츠는 그런 로맨스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PC가 할 수 있는 훨씬 더 정교한 일들의 요점을 놓친 순진한 환상으로 치부했다. 물론 소비자 시장은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기업체 직원보다는 일반 소비자의 수가 훨씬 많으며, 그들에게 적절한 제품을 팔 수만 있다면 누구든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개인용 컴퓨터는 여전히 소비자의 방대한 다수를 흥분시키거나 의미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성능과 기능이 충분치 못했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너무 비쌌다. 하지만 기업 시장은 달랐다. 그 모든 크고 작은 회사의 그 모든 탄생이 제시하는 잠재적 PC 판매량이 빌 게이츠의 전략적 슬기와 초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회사들은 윈도우 PC가 제공할 수 있는 안정성과 일관성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능력과 의사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점진적 개선을 환영했고 게이츠는 그들에게 그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잡스는 그에 대해 입에 발린 말을 해주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잡스는 극적으로 나은 컴퓨터가 유저에게 풀어줄 훨씬 더 많은 잠재력에 대한 개념에만 흥분을 느꼈다. PC의 두 공동 부모 사이의 이러한 근본적 차이는 그날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명확해졌다."

컴퓨팅의 역사에서 90년대는 빌 게이츠의 시대였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렀고, 90년대 중반에는 사망선고가 멀지 않았다는 평가까지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소비자 시장에선 빠르고 싼 것이 대세로 통했다.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멋스러움이 파고들 공간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잡스가 복귀한 이후 애플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히트상품을 쏟아내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컴퓨팅의 아이콘이 되었다. 극적으로 나은 컴퓨터가 유저에게 풀어줄 훨씬 더 많은 잠재력에 대한 개념에만 흥분을 느낀 스티브 잡스의 철학은 '아이' 시리즈 제품들에 의해 현실화됐다. 스티브 잡스는 PC에 이어 모바일 세상까지 열었다.

애플의 질주 속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물간 회사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부터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스티브 발머 리더십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만히 있기만 하다 당한 것은 아니었다. 불발로 끝났지만 야후 인수를 시도한데 이어,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회사 체질 변화에 적지 않은 자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발머가 이끈 변화는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PC 시대의 '올드맨'일 뿐이었다.

혁신과는 점점 멀어져 보이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머의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 체제 아래 테크 생태계에서 다시 중량감 있는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나델라는 윈도우 중심주의라는 오래된 유산을 정리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델라는 윈도우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버리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경쟁사 플랫폼도 적극 지원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전진배치했다. 빌 게이츠 시대 암적인 존재였던 오픈소스 OS 리눅스도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사랑한다"며 끌어안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키우면서 나델라는 생산성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화두로 던지기 시작했다. 둘다 개인이 아니라 기업들을 위한 키워드였다. 기업 사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빌 게이츠식 DNA는 2010년 중반 이후 나델라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기업 사용자들에 초점을 맞춘 나델라식 파격은 먹혀들었다. 나델라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애플, 아마존과 함께 글로벌 테크기업 '빅4' 반열에 올라섰다. 시가 총액도 3월17일 현재 1조달러 규모로 B2C를 상징하는 애플과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투고 있다. 91년 기업이냐 개인 사용자냐를 놓고 벌인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대담이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계속되는 듯 보일 정도다. 현재로선 이 같은 구도가 흔들릴 기미는 없다. B2C를 강조하는 애플과, B2B에 무게를 둔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체성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빌 게이츠가 현업에서 퇴장한 이후에도  두 회사의 서로 다른 DNA를 상징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치규 기자(delight@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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