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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해미 작성일20-07-25 04:58 조회1,1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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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독극물 무단방류에 대하여 고개숙여 사과하는 새뮤얼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실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 1면에는 미군 ‘독극물’ 사과 시민단체 “무성의” 반발 확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주한미군은 24일 포름알데히드 한강 무단방류사관과 관련해 다니엘 페트로스키 미8군 사령관 명의의 대 한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측의 이날 사과성명에는 구체적인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관련자 처벌문구 등이 빠져있어 성의있는 사과를 기대했던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 7월 25일 신문에 실린 이 기사는 다름아닌 주한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사건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0년 2월 용산 미군기지 내 영안실에서 영안실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의 지시로 군무원들이 사체 방부처리용 포르말린 480병 분량을 싱크대에 버렸습니다. 포르말린은 아무런 정화과정 없이 하수구를 통해 그대로 한강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베일에 가려있던 이 사건은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용산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군무원의 제보를 받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2006년 6월 8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괴물’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 주연배우 변희봉·송강호·송강호·박해일(사진 왼쪽부터)이 취재진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포르말린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희석시킨 용액을 말합니다. 포르말린은 소독, 살균, 방부, 방충, 살충, 지한, 생물표본 보존용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포르말린 내의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보통 30~40% 사이입니다. 포름알데히드는 눈, 코, 호흡기에 자극을 주며 정서불안과 기억력 감퇴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농도에서는 호흡기 장애와 눈을 찌르는 듯한 독성을 나타내는 유독 물질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되었음을 의미하는 1그룹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미8군 사령부는 공식 사과를 했고, 맥팔랜드 부소장에게는 감봉 30일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맥팔랜드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듬해 3월 맥팔랜드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이후 맥팔랜드는 정식재판에 회부됐고, 2005년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을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것입니다.

맥팔랜드에 대한 처벌이 이런 수준에 그칠 것임은 20년 전 오늘 기사를 통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한미군의 사과가 극히 형식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경향신문 기사에는 “미8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시민·환경단체들은 ‘형식적인 사과로 또 한번 한국민을 우롱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온 이유는 같은날 5면에 실린 ‘옆구리 찔러 ‘반절’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에 자세히 담겨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우선 이날 발표한 성명문에는 독극물 무단방류에 대한 미군측의 잘못을 인정하는 대목이 전혀 없다. 새뮤얼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실장(대령)은 한술 더 떠 “방류된 독극물의 양이 한국 국민들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은 여전하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잘못은 없지만 한·미관계의 악화가 우려돼 어쩔 수 없이 사과한다’는 식이었다.

관련자 처벌에 대한 문구가 빠진 것도 미측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테일러 대령은 “처벌권자인 페트로스키 사령관의 언급이 조사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법에 따라 빠졌다”고 말했으나 ‘잘못이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사과성명에 포함시키는 것이 위법이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사과 주체로 페트로스키 사령관을 내세운 것도 의아한 점이다. 최근 일본 내 미군범죄에 대해 클린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에 비춰 사과수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1년에는 주한미군 주둔국 지위에 관한 협정인 이른바 소파(SOFA)가 개정되었고, 처음으로 환경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환경오염 치유절차 합의서 등이 체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설된 환경 조항은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주한미군이 기지 내에서 일으킨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한국의 관련 법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관련정보는 여전히 대부분 비공개 상태이고,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치유 절차에서도 미비한 부분이 많은 상태입니다.

최근 정부가 공원 구역을 약 60만㎡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힌 용산공원의 경우도 미군기지 반환 후 오염 실태 조사와 정화 비용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미군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정부는 지난 23일 제1회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열고 용산공원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한 바 있습니다.

243만㎡에서 303만㎡으로 약 60만㎡(24.7%) 늘어난 용산공원 부지의 정화비용에 대해 정부는 약 1000억원, 시민단체들은 1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군이 정화 비용을 전혀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정화비용은 모두 우리 국민들이 떠안게될 가능성이 큽니다. 환경오염으로 서울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은 것도 모자라 혈세까지 투입하게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용산공원에는 현재 미군기지 한복판에 있는 드래곤힐호텔과 미군의 헬기장, 미 대사관과 대사관 직원 숙소에 출입·방호시설 등이 알박기처럼 남게됩니다. 첫삽을 뜨기 전부터 ‘누더기 공원’, ‘공원 지어서 미군, 미 대사관 직원 들에 헌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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