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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명박山城 뺨친 재인長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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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해미 작성일20-10-06 18:22 조회5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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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1980년대 대학생 시절 불심검문(不審檢問)을 받는 일이 많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 등굣길은 물론 곳곳에서 소지품 검사를 당했던 불편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가방을 뒤지고 혁명 등 특정 단어가 적힌 책만 나와도 불온 서적 소지자로 취급하던 것도 황당하지만,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여학생들은 여성용품을 전경들이 들어 보일 때면 수치심까지 느껴야 했다. 이런 폭압 행태가 역설적으로 학생운동을 격화시키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불심검문의 기억을 35년여 만에 문재인 정권이 되살렸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경찰이 차 벽과 펜스로 광화문을 완전히 봉쇄한 것은 물론 곳곳에서 보행자들에게 신분증과 목적지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오고 갈 때를 합쳐 10번이나 불심검문을 당했다. 소위 민주화의 적통을 잇는다는 현 정권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는 일’을 여러 번 겪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수상한 거동,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등을 상대로 불심검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 눈에는 대다수 통행인이 잠재적 범죄자로 보였나 보다.

더 황당한 일은, 경찰이 버스 300여 대를 동원해 광화문 일대에 4㎞의 ‘장성(長城)’을 만들어 한 사람도 지나갈 수 없도록 봉쇄해 버린 것이다. 지난 2008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광우병 촛불집회가 격화되자 경찰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컨테이너를 쌓아 차단막을 설치한 것의 데자뷔 같았다. ‘명박산성’은 2층 구조의 컨테이너를 용접하고 안에는 모래주머니를 넣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겉에는 시위자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기름칠까지 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시위대가 한쪽에서 집회를 할 수는 있었지만, 이번 ‘재인장성’은 코로나19 핑계로 아예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광화문에 나와서 대화하겠다던 대통령이 산성을 쌓은 것을 보니, 그분 눈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시위를 밥 먹듯이 해본 정권이 막는 것도 프로급이다. ‘명박산성’이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척도를 상징하는 말처럼 됐듯, 문 정권의 민주주의 수준은 더 무지막지한 ‘재인장성’ ‘재인산성’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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